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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27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 한수산
  2. 2014.04.07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2014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저자
한수산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01-05-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를 통해 느림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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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대성리, 청평, 가평으로 이어져서 춘천에 와닿는 이 경춘가도에는 얼마나 많은 내 청춘의 족적이 남아 있는지요. 아니, 그 길가에서 나와 함께했던 햇살과 바람과 물결은 얼마나 깊이 내 청춘에 새겨져 있는지요.

봄철 아카시아꽃이 지기 시작하면 이 길에는 눈발처럼 꽃잎이 흩날렸습니다. 어느 핸가의 봄 밤에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이 꽃잎들을 바라보고 있던 날의 말없는 행복이여. 그것은 경춘가도와 함께 나를 부축해 준 마음의 원풍경이었습니다.

 

p.21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그 즐거움이 변합니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와 사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며 폭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또 언뜻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다르랴 하고요.

여행에는 두 가지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누구와 가는 여행, 어디로 가는 여행이 그것입니다. 누구라고 하는, 그 함께 가는 사람으로 해서 빛나는 여행이 있습니다. 이때 함께하는 공간은 그곳이 도회의 골목길일지라도, 비린내 나는 부두일지라도 은도금이 된 듯이 정갈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서 가는 여행, 그 나그네 길이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조금은 즐겁거나 지루한 차이는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가 아니던가요. 찾아가는 그곳, 만나려하는 그 누구, 그 어느 것이라도 있으면 되는게 아닐까요.

어디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우리는 늘 그런 생각 속에 묻혀 삽니다. 지나간 한 해가 그랬듯이 또 다가오는 한 해를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더 깊은 것,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디인가 하는 공간도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하는 사람도 아닌,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끊임없는 물음이 아닐까요.

어디여도 좋습니다. 누구와 함께여도 좋습니다. 그러나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하며 사는가 하는, 작지만 단단한 물음은 아닐까요. 그리고 거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p35.

쉰을 넘기며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이란 경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서로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나름대로 아름답게 가꾸고 있으면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내 생을 그들에게 비춰보면서 '안심'하거나 '분발'하던 나이도 이제 넘어섰습니다.

 

p71.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우리가 버렸던 것, 어딘가에서 잊혀져가는 것... 그런 것들 속에 바로 우리 자신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먼곳, 새로운 곳에만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찾아서 떠나야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어느 날 자신의 마음 밑바닥 그 장롱 밑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오묘함을 클라라 하스킬은 나에게 가르친 것은 아닐까요.

 

p78.

노래와 공간에는 그렇게 시간이 녹슬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힘입니다. 그때 그 노래, 그때 그 자리.

 

p114-115

반향의 의미 또한 엄청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니던가요. 그들이 무엇을 겪었습니까.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진 삶을 살아야 했던 아름다운 풀이었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신고의 나날을 접은 할머니여, 편안하소서.

어떻게 이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삶의 기술을 우리는 종교라고 합니다. 할머니, 당신들의 삶이 바로 종교입니다.

 

p154.

문호 괴테는 이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 모두 '쓸모 있는 것에서, 진리를 지나, 아름다운 것으로' 나아갑시다"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말을 남겼지만, 내가 딸에게 바란 것은 오직 하나였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다오" 하는 그것뿐이었다.

 

p184.

어느새 우리는 50을 넘기고 있습니다. 왜 이토록 우리 삶에서의 어떤 날은 늘 '어느새' 찾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봄이 왔을 때 우리는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생각합니다. 어느새 봄이 왔구나. 그리고 가을이 왔을 때 우리는 또 멀리 트여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어느새... 또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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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의옥타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8.4
감독
조 루소, 앤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레드포드, 세바스찬 스탠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36 분 | 2014-03-26

 

 

상봉 메가박스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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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의옥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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