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9. 13:16 잡다/본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p.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트필드는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뛰어난 작가 중 하나였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와 같은 동시대의 작가와 견주어도 하트필드의 그 전투적인 자세는 결코 뒤지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하트필드 자신은 마지막까지 자기가 싸우는 상대의 모습을 명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결국 불모라는 건 그런 뜻이다.
p.13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
p.98
나는 오 분가량 그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차로 돌아와 시트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파도 소리에 뒤섞인 공 치는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부드러운 남풍이 실어다준 바다 내음과 불타는 듯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로 하여금 오래전의 여름날을 생각나게 했다. 여자의 피부 온기, 오래된 로큰롤, 갓 세탁한 버튼 다운 셔츠, 풀장 탈의실에서 피어오른 담배 냄새, 어렴풋한 예감,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었다. 그리고 어느 해 여름, 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p.110
"어떤 소설?"
"좋은 소설이지. 나 자신에게는 말이야. 난 내게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적어도 쓸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계발되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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