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6-03-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청춘의 단편들을 가볍고 경쾌한 터치로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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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트필드는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뛰어난 작가 중 하나였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와 같은 동시대의 작가와 견주어도 하트필드의 그 전투적인 자세는 결코 뒤지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하트필드 자신은 마지막까지 자기가 싸우는 상대의 모습을 명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결국 불모라는 건 그런 뜻이다.

 

p.13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

 

p.98

나는 오 분가량 그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차로 돌아와 시트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파도 소리에 뒤섞인 공 치는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부드러운 남풍이 실어다준 바다 내음과 불타는 듯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로 하여금 오래전의 여름날을 생각나게 했다. 여자의 피부 온기, 오래된 로큰롤, 갓 세탁한 버튼 다운 셔츠, 풀장 탈의실에서 피어오른 담배 냄새, 어렴풋한 예감,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었다. 그리고 어느 해 여름, 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p.110

"어떤 소설?"

"좋은 소설이지. 나 자신에게는 말이야. 난 내게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적어도 쓸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계발되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안 그래?"

 

Posted by 새벽의옥타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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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5

다자키 쓰쿠루는 여전히 여기저기 역을 돌아다니며 구내를 스케치하고 대학 강의를 빠지지 않고 들었다. 아침에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식사 후에는 반드시 이를 닦았다. 매일 아침 침대를 정돈하고 직접 셔츠를 다렸다. 가능한 한 남는 시간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밤에는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대부분 역사서 아니면 전기였다. 그런 습관은 옛날과 변함이 없었다. 습관이 그의 생활을 앞으로 이끌었다.

 

p.77

"나처럼 추상적인 명제를 머릿속에서 펼쳐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죠. 늘 클래식 음악을 듣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열심히 읽어요. 돈 버는 일에는 아예 능력이 없고, 들어오는 돈은 거의 책값이나 레코드 값으로 날아가 버리고요. 가정이나 저축, 그런 것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머리는 늘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요. 등록금이 비싸지 않은 학교에 들어왔고 생활비가 별로 안드는 학생 기숙사가 있었던 덕분에 나도 도쿄에 나올 수 있었죠."

 

p.83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

 

"언제나 속박되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 그게 네가 바라는 거지?"

 

p.213

옅은 푸른색 반소매 원피스에 진주 브로치를 달았다. 낙관적인 인생관을 가진 풍족한 가정에서 건강하고 귀하게 자란 여자처럼 보였다.

 

p.262

"친구들도 점차 그녀에게서 멀어졌어. 그 애 모습을 보는 게 가슴 아팠기 때문이겠지. 아니, 정확히 말해 가슴이 아프다기보다는 일종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여자라면 누구나 많든 적든 품게 되는 두려움이겠지. 여자로서 가장 멋진 시기를 벌써 지나 버렸는데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또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이 행동하다가 은밀히 남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따돌림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 애의 경우는 그 정점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온 거야. 그뿐이야. 그 애의 모든 자질은 10대에 봄의 정원처럼 활짝 꽃을 피우고 뽐내다가 그때가 지나자 갑자기 시들어 버렸어."

 

p.385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겨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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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의옥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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