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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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5

다자키 쓰쿠루는 여전히 여기저기 역을 돌아다니며 구내를 스케치하고 대학 강의를 빠지지 않고 들었다. 아침에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식사 후에는 반드시 이를 닦았다. 매일 아침 침대를 정돈하고 직접 셔츠를 다렸다. 가능한 한 남는 시간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밤에는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대부분 역사서 아니면 전기였다. 그런 습관은 옛날과 변함이 없었다. 습관이 그의 생활을 앞으로 이끌었다.

 

p.77

"나처럼 추상적인 명제를 머릿속에서 펼쳐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죠. 늘 클래식 음악을 듣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열심히 읽어요. 돈 버는 일에는 아예 능력이 없고, 들어오는 돈은 거의 책값이나 레코드 값으로 날아가 버리고요. 가정이나 저축, 그런 것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머리는 늘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요. 등록금이 비싸지 않은 학교에 들어왔고 생활비가 별로 안드는 학생 기숙사가 있었던 덕분에 나도 도쿄에 나올 수 있었죠."

 

p.83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

 

"언제나 속박되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 그게 네가 바라는 거지?"

 

p.213

옅은 푸른색 반소매 원피스에 진주 브로치를 달았다. 낙관적인 인생관을 가진 풍족한 가정에서 건강하고 귀하게 자란 여자처럼 보였다.

 

p.262

"친구들도 점차 그녀에게서 멀어졌어. 그 애 모습을 보는 게 가슴 아팠기 때문이겠지. 아니, 정확히 말해 가슴이 아프다기보다는 일종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여자라면 누구나 많든 적든 품게 되는 두려움이겠지. 여자로서 가장 멋진 시기를 벌써 지나 버렸는데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또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이 행동하다가 은밀히 남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따돌림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 애의 경우는 그 정점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온 거야. 그뿐이야. 그 애의 모든 자질은 10대에 봄의 정원처럼 활짝 꽃을 피우고 뽐내다가 그때가 지나자 갑자기 시들어 버렸어."

 

p.385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겨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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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의옥타브



원더보이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2-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가격비교



p 118

결국 지구도 이렇게 많은 별들 중 하나겠구나. 또 그런 생각. 우리는 같은 별을 타고 우주 속을 함께 여행하고 있구나.


p 122

그 어떤 일도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아주 황당한 몽상이라고 해도 나는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이 우주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 어떻게 해도 할 수 없었던 일들, 불가능한 일들을 나는 계속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양자론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니까. 계속, 나는 쉬지 않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우주에 사는 나를 위해서, 다른 우주에서는 여전히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을 아빠를 위해서. 또다른 우주에서는, 어쩌면 거기서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 엄마를 위해서. 그 가능성을 위해서.


p 152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더 느리게 숨을 쉬고, 더 많은 감각으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더 천천히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었다....

어느 쪽이든 나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가능하면 나는 아주 천천히 숨쉬기로 했다. 되도록 아주 천천히 살아가면서 세상 구석구석 숨은 의미를 모두 알아내고 싶었다.


p 163

그건 그냥 십자가를 믿으시 믿어야만 하는 문제였던 거예요.


p 184

너는 이미 온전해. 우린 완벽하기 때문에 여기 살아 있는 거야. 생명이란 원래 온전한 것이니까.


p 189

그쯤에는 나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불어 말하지 못한 그 마음을 이해받기란 무척 힘들다는 사실도.


p 191

지금과 다른 국가를 원한다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처럼 여겨야만 해요.


p 218

내 질문이 버거웠는지 그렇게 궁금한 일들을 말할 때마다 은행나무는 점점 노랗게 물들어갔다.


p 224

네게는 고통받는 이들의 삶과 완벽하게 공감하는 능력이 있으니 이미 절반은 작가나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독자들에게 자신이 보고 듣고 맛보고 경험한 것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이야. 넌 그걸 가지고 있어.


p 269

처음이란 마지막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는 처음과 같은 느낌을 맛볼 수는 없다. 


p 314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새벽의옥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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